top of page

문화독립만세~!!

 

 

배우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미국에서 20개의 연기상을 받았다. 미나리는 곧 있을 아카데미에서도 수상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1년 전에는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을 작품, 감독, 국제영화, 각본의 네 개 부문에서 받았고, 비영어권 영화가 작품상 받은 것은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다. 그런데 두 개의 영화는 묘하게도 미국 할리우드와 세계영화계에 많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미나리’는 영화 대사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니라는 이유로 외국어영화로 분류되어 미국의 양대 영화상 중 하나인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올랐다. 미국에서 촬영하고 미국인이 출연하고 미국인이 연출하고 미국회사가 제작한 영화라고 하는 데도 말이다. 내용도 미국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쫓는 이민가정의 이야기를 담았다. 미국은 이민자가 이룩한 나라이기에 지금도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많은 이민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그렇기에 인종차별과 빈부차별이 있어도 이민자들은 꿈을 먹으며 미국으로 모여드는데, 한국피가 흐른다고 한국어를 한다고 미국인이 아니고 미국이 아니라고 하니 미국 내에서도 말들이 많다. 이민자이지만 백인 중심의 순혈주의를 신봉하는 미국의 주류세계가 끝까지 지키고 싶은 부분은 바로 그들이 지금까지 지켜왔던 ‘아메리칸 퍼스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미국 문화계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들이 지켜오고 싶었던 백인 우월주의, 백인 중심의 문화제국주의는 점차 우하향하고 있다.

 

에피소드 하나 보자. 봉준호 감독은 오스카상을 받기 전 2019년 10월 뉴미디어 전문지 ‘벌처’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영화가 지난 20년간 세계영화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음에도 오스카에 한번도 노미네이트 안된 이유를 묻자 “오스카가 로컬영화제이기 때문”이라고 한 발언이 엄청나게 회자되었다. 묘하게도 오스카는 이 말을 부정하듯 봉감독에게 아카데미상을 수여했다.

 

2012년 가수 싸이가 기존의 k-pop과 약간 다른 결을 보이는 강남스타일로 유튜브를 통해 세계스타로 등장할 때만 해도, 불과 7, 8년 만에 k-pop이 미대륙과 전 세계를 휩쓸 거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지금은 세계의 여느 대중들이 k-pop을 들으며 BTS와 블랙핑크를 외치고, 한류문화를 얘기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반면 일대일로를 추진하며 150년 전 중화제국주의로의 부활을 주창하는 중국은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무기 삼아 한국문화를 그들의 변방 문화권으로 복속시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건만 세계인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일본은 또 어떤가? 150여 년 전 발 빠르게 서구문물을 수용한 그들은 대동아공영권의 꿈을 좇다가 패망한 이후, 또다시 미국의 우산 아래 재빨리 들어가 전후복구로 번영을 누리며 그들만의 저패니즘을 꾸려왔건만… 자기 잘난 맛으로 사는 내수형 문화제국주의의 약발은 잃어버린 20년을 너머 30년으로 이어지는 지금 서서히 일본대륙과 함께 가라앉고 있다.

 

한국, 한국인은 뭐가 잘나서 요즘 세계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는가? 시계를 150년 전으로 돌려보자. 병인양요, 신미양요, 동학전쟁, 을사늑약 이후 단군 이래 처음으로 일제 식민강점을 겪었고, 광복 후 한국전쟁을 겪었다. 전쟁 직후 우리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고, 머리띠를 두르고 허리띠를 졸라매며 잘먹고 잘살기로 내달렸다. 베트남 참전과 파독간호사, 중동건설노동자의 피와 땀으로 한국경제는 살아나기 시작했다. 경제와 더불어 다같이 잘살기 위한 사회민주화에도 앞장서서 3.1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아 4.19와 80년 광주항쟁, 87년 6월항쟁으로 이어왔다. 코로나로 힘든 지금 한국은 GDP 세계 9위, 군사력은 6위가 됐다. 이러한 역사 흐름 속에 한국, 한국인이 보여준 모습은 무엇일까? 근면, 성실, 공동체의식, 평화, 민주시민의식이다. 이러한 의식에 기초한 문화는 세계인들이 가장 사랑할 수밖에 없는 시대정신을 담고 있다. 바로 휴머니즘, 공동체의식, 평화주의이다. 영화든, 음악이든, 문학이든 이 모든 것은 이러한 시대정신의 싹을 심어서 나오는 농작물이다. 문화 culture의 어원은 농사 agriculture니까. 김구 선생이 그리도 갈망했던 문화국가로 서서히 가고 있다.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이유는 인의(仁義)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이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은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백범 김구; 「내가 원하는 나라」, 1947)

이동범.jpg

이 동범​

주)컬처앤로드 문화유산연구소 대표

​사)한국문화예술가협회 이사

​사)한국문화유산활용단체연합회 부회장

​문화재위원회 문화재 전문위원 역임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