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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판본체에 대하여

한글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우수한 문자로 28개의 모음과 자음의 결합으로 다양한 글자를 표현할 수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解例本)은 1443년(세종25) 예의(禮儀)가 발표되고, 이 예의의 해설서인 해례가 집현전 학사인 정인지· 최항· 박팽년· 신숙주· 성삼문· 강희안· 이개· 이선로 등에 의하여 찬술되어 반포되었다.

이 책은 한글 반포 당시의 자체를 보여주는 것으로 한글의 기준이 된다. 『훈민정음 해례본』에 의하면 한자의 書體인 전서(篆書)를 모방하였다는 ‘자방고전(字倣古篆)’을 근본으로 하고, 한글의 창제와 더불어 그 해례에서 제자의(制字義)는 상세히 밝혔지만 어떻게 써야 한다는 형태에 대해서는 없다.

대체적으로 훈민정음 반포 당시의 한글 字形을 보면 세로 가로획을 통틀어서 굵기가 일정하며, 전체적인 자형은 대체적으로 정방형(正方形)을 이루고 있다. 이런 이유는 전서의 필법에 따라 원필로 써야 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字間과 行間이 일정하고 점획의 굵기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 또한 한글은 전서와 다른 점은 ‘ • ’ 점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 같이 해례본체에 나타난 한글 획은 훈민정음의 권위와 위엄을 상징하는 篆書體의 이미지를 나타내게 함으로써 창제 글자의 숭엄 미와 존엄 미를 높이려 한 것으로 보인다.

『훈민정음 해례본』, 『용비어천가』, 『월인천강지곡』 등 창제 초기의 자료를 비롯하여 宣祖에 이르는 자료를 종합하면 모든 글자를 같은 크기의 공간으로 하였고, 초성과 중성으로 이루어진 글자는 공간을 좌우·상하로 반분하여 왼쪽은 초성, 오른쪽은 중성에 배분하였고, 초·중·종성으로 이루어진 글자는 공간을 상하로 반분하여 위쪽은 초성과 중성에, 아래쪽은 종성에 배분하였음을 알 수 있다.

판본체(板本體)라는 것은 목판이나 금속활자에 글자를 새겨 찍은 것을 말한다. 훈민정음 해례본이나 용비어천가, 월인석보 등은 목판본이며, 월인천강지곡, 석보상절은 금속활자본이다. 목판본의 모음은 ‘ • ’ 점으로 쓰여 있고 획의 모양은 圓筆이나, 금속활자본은 대체적으로 모음을 획으로 표현하고 획의 모양은 方筆의 형태이다. 이는 새기는 방식에 따라 편리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글자의 형태가 변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글 판본체라는 명칭은 지난 해방 이후 1950년대부터 일부 서예가들이 한글을 판본 작품으로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용어로 불리어지고 있다. 일부 서예가는 옛 글씨라 하여 古體, 또는 훈민정음 글씨라 하여 正音體라고도 하여 최근에는 한글 서예가들이 작품으로 많이 쓰고 있다.

최초의 판본체는 한글 창제로부터 시작되어 한글 최초의 인쇄 문자로 1443년에 창제하여 1446년에 간행한 훈민정음 해례본의 글꼴은 정방형에 한글의 제자 원리에 따라 획은 직선, 둥근 원, 둥근 점만으로 구성하여 정형화 된 글자로 획이 도식적이고 단순한 느낌이어서 筆寫의 맛은 없다.

목판이나 활자로 찍어 낸 글자 이후에 최초로 붓으로 한글을 筆寫한 것이 1464년(세조10년)에 쓴 오대산 상원사 중창권선문(五臺山 上院寺 重創勸善文)인데, 한글 창제 당시의 전형적인 정방형의 글씨에서 벗어나 획의 형태나 글자의 모양이 변화를 보인다. 1464년 이후 목판본이나 활자본 글씨에서 한글 필사본이 많이 쓰게 되면서 글자의 형태도 서서히 궁체 서체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와 같이 한자나 한글의 서체의 변화는 판각(板刻)의 편이성이나 書寫의 실용성 등의 요인에 의하여 다양하게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참고문헌:선주선,『서예 통론』, 원광대출판국, 2005.

윤형두,『옛 책의 한글판본』, 범우사, 2003.

허경무,『한글 서체의 원형과 미학』, 묵가,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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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 이 명환

서예가 /전각예술가
순천향대학교 초빙교수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및 초대작가
한국전각협회 이사
저서 한글판본체쓰기 교본, 한글궁체쓰기 교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