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이란 무엇인가

 

 

레이먼드 윌리엄스가 “문화는 영어단어 중에서 가장 정의하기 힘든 단어”라 단언한 바와 같이 현재까지 문화의 정의는 수없이 많다. 이들의 대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로버트 보로프스키는 “문화를 정의하려는 것은 바람을 멈춰 세우려고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으며, 인류학자인 클라크 위슬러는 문화를 “학습을 통해 획득한 행위”라고 정의했다. 또한, 브로니슬라브 말리노프스키는 “세대에서 세대로 전승되는 사회적 유산” 그리고 매튜 아놀즈는 “인간 사고의 표현” 이라고들 말하고 있다.

이처럼 문화 정의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있다. 2001년에 ‘문화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 ‘세계문화 다양성 선택’을 채택한 UN 산하의 유네스코 선언의 제1조에 요약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문화는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다양한 형태를 띤다. 이 다양성은 인류를 구성하는 집단들과 사회들의 특이성과 복수성 안에 구현되어 있다. 문화 다양성은 교류, 혁신, 창조성의 원천으로서 생명 다양성이 자연에게 필수적이듯 인류에게 필수적이다. 이런 의미에서 그것은 인류의 공통유산이며 현재와 미래의 세대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으로 인정받고 정의되어야 한다.” 아울러 문화를 “건축, 미술, 공예, 디자인, 유산, 복합문화, 토착문화, 공원과 휴양, 종교, 운동 등을 포함하여 인간 생활 전반에 걸친 모든 활동”이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물론 유네스코가 문화를 이렇게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이후로서 문화를 문학, 미술, 건축, 전통적 연행예술(演行藝術: 연극, 무용, 오페라 등)과 같은 고급예술 장르를 중심으로 보던 관점을 수정한 결과이다. 이 새로운 문화 개념은 비엘리트주의적이며 민주적이라 할 수 있다. 이제 문화는 사회 엘리트가 이룩한 지적, 예술적 성취라거나 사회 지배계급이 피지배 계급을 계몽하고 교화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이해되기보다는 계급, 성, 세대, 직업 등을 가리지 않고 사회구성원으로서 개인과 집단이 살아가는 삶의 양식 전체를 포괄하기 때문이다. 문화를 이처럼 민주적으로 이해하면 ‘문화다양성’ 개념도 좀 더 분명해진다.

또한, 문화계에서는 최근 들어 문화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논의되고 있다. 문화는 우리 사회에서는 정치영역과 경제영역에 이은 사회문화영역의 하위 부문, 즉 환경, 노동, 사회복지, 여성, 교육 등과 같은 부문의 하나로 간주하여 왔다. 그러나 문화를 이렇게 좁은 부문으로 보는 시각으로는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다중적(多衆的)이고 참여적인 ‘문화적 역동성’의 참뜻을 파악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문화’개념의 확장이 필요한바, 넓은 의미에서 문화는 정치, 경제와 함께 사회적 실천을 구성하는 3대 축의 하나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경제가 상품이나 재화의 생산과 판매, 소비 등을 통한 영리와 물질적 생활 영역을 가리킨다면, 정치는 이 영역과 관련된 다양한 사회적 권력 관계를 가리키고, 문화는 과학과 기술, 학문과 지식, 교육, 예술, 상징 및 재현의 체계, 가치와 규범 등의 분야에서 인간들이 발현하는 창조성의 발휘 능력과 그런 능력이 축적되고 구현되는 비정형의 사회적 자원과 관행의 층위(層位)를 총칭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간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문화의 개념은 첫 번째 정의인 예술로서의 문화였다고 할 수 있다. 문화관광부의 문화정책이 주로 근대적인 장르예술, 전통예술 등 다양한 형태의 예술을 중심으로 수립되고,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주된 기능이 순수예술 지원에 국한된 것은 그 때문이다. 물론 최근에 들어와서 문화산업의 급속한 발전과 대중문화의 확산, 그리고 대중매체 및 뉴미디어의 혁명적 보급으로 문화관광부가 문화의 개념을 확장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경우에도 ‘예술’을 중심에 놓는 경향은 대체로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예술은 넓은 의미의 문화의 한 측면을 선택, 집중하여 전문적으로 특화시킨 것이 다름 아니기 때문에 한 사회의 문화 전체를 대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화를 삶의 양식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경우 예술은 문화의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서구 근대문화의 지배적 틀에 의해 규정된 이런 협의(俠義)의 문화에 대한 정의는 광의(廣義)의 문화개념인 ‘삶의 양식’으로서의 문화 개념으로 치환되고 있다. 그러므로 본고에서는 문화예술의 개념으로 우리사회 일상 속에 뿌리내리고 있고, 동시에 인류 역사와 궤를 같이해온 사회성, 역사성을 갖고 있는 모두를 포함하였다.

문화나 예술의 개념만큼 문화예술(文化藝術)의 개념 역시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 나라마다 또한 개인마다 이에 대한 정의가 중구난방(衆口難防)이다. 그러나 우리는 피상적(皮相的)으로나마 문화예술을 음악, 미술, 공연, 전시 따위의 문화적 활동과 관계된 예술을 가리킨다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법에는 문화예술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1972년 제정된 문화예술진흥법에 의하면 문화예술을 문학, 미술, 음악, 연예(演藝) 및 출판에 관한 것으로 한정하고 있다. 물론 2013년에 개정 보완하여 만화(漫畫)를 추가해 지금의 문학, 미술(응용미술 포함), 음악, 무용, 연극, 영화, 연예, 국악, 사진, 건축, 어문(語文), 출판 및 만화로 정의되어 내려오고 있다. 이처럼 문화예술의 영역은 세분화되어 문화예술진흥법에 정의하고 있으며, 아울러 문화예술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문화산업과 문화재까지를 교육내용으로 하는 문화예술교육도 정의하고 있다. 더욱 우리나라에서는 문화예술 정책의 범주가 변화 확장되면서 기존의 정의에 각종 문화시설과 지역의 문화활동, 축제 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

현대사회는 경제적인 여유와 행복한 삶에 대한 욕구가 커짐으로써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부가가치 생산이 화두가 된 지 이미 오래다. 더욱 다양한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늘어나 일자리 창출 등의 경제정책과 연계되어 각 국가의 관심은 고조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새로운 문화예술을 창조하고, 기존의 전통문화예술을 어떻게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가가 우선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는 우리 국민들에게 삶의 질을 향상하고, 국가의 문화예술 역량을 강화해 문화강국(文化强國)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연구되어야 한다.

이처럼 문화예술에 대한 개념이 광의의 개념이 옳은지, 혐의의 개념이 옳은지를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이런 개념은 문화예술을 인식하고 이해하기 위한 방법론적 도구일 뿐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견해로서는 문화에 대한 철학적(哲學的), 인식론적(認識論的) 이해에서는 광의의 문화 개념을 사용하고, 문화 현상에 대한 각론(各論)으로 들어갈 때는 협의의 문화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윗 글은 필자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발췌하였으며, 편의상 참고문헌이 명기된 각주(脚註)를 생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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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희​

문화예술학 박사

예술감독 / 시인
서현문화예술연구소 대표
사단법인 한국문화예술가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