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내가 흐른다

계절의 보폭 사이 눈발이 스치고
검푸른 어둠은 가로등 발치를 감싼다

지난 시절의 옷을 벗지 못한 입술들 
마스크로 시간을 가린 채 우물거리며
불안한 눈망울 서성인다

일상은 재잘거림 뒤란
심해 같은 고요를 견디는 힘으로 
외딴 경계를 어루만진다.

보랏빛 허공을 자맥질하며
오래된 내가, 나에게로 흐른다

詩作 노트

섣부른 예측일까? 벌써부터 봄에게 미안하다. 
마스크로 가려진 일상의 생각은 자동모드로 소란스럽다. 다만 의식은 고요로 키워진 오래된 나에게로 흐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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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희수

시인

상담심리학 박사

​사)한국문화예술가협회 정회원

​<시집>

나에게로 가는 먼 길 (시와문학, 2018)​